풍교야박
- 장 계
달은 지고 까마귀 우는데 서리는 하늘에 가득한데
강가 단풍과 고깃배 등불이 수심에 잠 못드는 나를 마주하네.
고소성 밖 한산사에서 들려오는
한밤중의 종소리가 나그네의 뱃전에 들리는구나.
풍교야박(楓橋夜泊)
- 장계(張繼)
月落烏啼霜滿天 (월락오제상만천)
江楓漁火對愁眠 (강풍어화대수면)
姑蘇城外寒山寺 (고소성외한산사)
夜半鐘聲到客船 (야반종성도객선)
당나라 현종 시절에 장계는 과거에 낙방한 뒤 고향으로 돌아 오는 길에 다리 곁에서 하릇밤을 묶게 되었다. 그 참담한 심경을 '풍교야박(풍교 곁에서 밤을 새우다)' 이라는 글로 남겼다.
이 시는 과거 급제에 올인해야 하는 동아시아의 수많은 고시생 젊은이에게 공감과 함께 위로를 주었다. 본래 국가고시란 합격한 사람보다 떨어지는 슷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시험 이기때문이다. 급기야 생몰 연대조차 제대로 알 수 없던 이름 없는 유생을 일거에 대문호 반열에 올려놓았다.
청 나라 강희제는 이 시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풍교로 친히 찾아왔다고 한다. 그뿐만 아니라 풍교는 다리 이름이 유명해지고 사찰보다 더 알려지면서 남송 시절에는 한때 한산사 풍교사로 불렸던 적도 있었다. 좋은 시 한 편의 전방위적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셈이다.
장쑤성 (江蘇省) 쑤저우(蘇州) 한산사 (寒山寺) 입구에 있는 풍교는 강남 지방과 베이징을 잇는 운하(運河)위에 걸려있다. 이 다리는 장계가 다녀간 이후 무너지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하며 오늘까지 이어진다. 그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멏 번씩 없어진 한산사 범종도 이 시 때문에 복원되어 옛 종소리의 맥을 이어갔다. 많은 서예가가 시대를 달리하며 이 시를 인근 여기저기 새겼고 그 탁본은 인기 관광 상품이 되어 옛사람과 현대인을 이어주는 다리 노릇까지 하고 있다. 그 옛날 다리 아래 뱃전에서 하릇 밤 묵었던 인연이 일천수백년 세월 동안 저자와 독자를 이어주는 모양 없는영원한 다리가 된 것이다.
- 출처 보물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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